무수한 네온사인으로 밤을 잊은 환락의 도시, 라스 베가스 출신인 킬러스는 영국이 환영하는 또 하나의 미국 출신 그룹이다. 라스 베가스에서 말년을 보내는 뮤지션은 많지만, 그 여정을 시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얘기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껏해야 “Mickey”로 순간의 인기를 누렸던 토니 바질(Toni Basil) 정도가 있을까. 굳이 라스 베가스 출신 유명인을 꼽아보자면 테니스 스타 안드레 아가시가 거론될 정도니, 그 땅의 음악적 토양은 척박하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 킬러스의 출현은 지역사회에서 플래카드라도 내걸어야 할 정도로 뜻밖의 성과다.
신쓰팝 밴드 출신으로 보컬과 키보드를 담당하고 있는 브랜든 플라워스 (Brandon Flowers)는 오아시스 공연 관람 후 ‘기타가 필요해’를 외쳤고, 때마침 오아시스에게 영향 받은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큐닝 (David Keuning)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라스 베가스에서 오아시스를 들먹이는 기타리스트라니 이들의 만남은 운명적일 수 밖에. 네바다 주립대학에서 클래식 퍼커션을 공부하던 로니 배누치 (Ronnie Vannucci)가 드럼 스툴에 앉았고, 베이스에 마크 스토머 (Mark Stoermer)가 가세하면서 2002년 8월 킬러스가 탄생했다. 모국인 미국뿐 아니라 고향인 라스 베가스에서도 생소했던 이들의 음악은 런던의 인디 레이블인 리자드 킹 레코드(Lizard King Record)의 주목을 받았고, 영국 공연길에 오른 킬러스는 2003년 가을 싱글”Mr. Brightside”를 발표하며 NME의 찬사 속에 드디어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브랜든과 데이빗이 만나자마자 완성해 매 공연마다 빠지지 않고 세트리스트를 장식한 이 곡은 영국인들의 시선을 단번에 집중시킬 만큼 강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어렵지 않게 영국 음악씬에 발을 디딘 킬러스에게 아일랜드 레코드가 전세계 배급을 제안했다. 라스베가스 이외에서는 공연해본 적도 없었던 시골뜨기 킬러스가 한 순간에 세계로 도약하는 순간이다. 옷가게의 점원, 호텔의 벨보이로 지루한 일상을 이어가고, 흥신소 직원으로 허접한 스냅 사진을 찍거나, 인체의 장기를 운반하는 등 희한한 일로 생계를 꾸려오던 멤버들에게는 하루 아침에 인생역전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었다. “I’ve got a soul but I’m not a soldier”라는 한 소절로 전세계를 감동시킨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나이키 캠페인 곡 “ All the Things That I’ve Done”으로 음악팬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80년대 뉴에이브 사운드와 업그레이드 펑크 사운드로 2년 만에 팬들의 곁으로 돌아온 3집 [Day & Age]에서는 몽환적인 신스팝 느낌에 서정적인 가사가 어우러진 히트예감 첫 싱글 “Human” 등 시대를 이끌 새로운 스타일로 팬들을 매료시킬 총 10곡이 수록되어 있다.